핑크빛 욕망의 몰락 :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시즌2, 14회 (2021.06.10.목 방송)
1995년 6월 29일, 강남 한복판에 있는 유명 백화점, 지하1층 주방용품점에서 근무 중인 지환이는 그날따라 화장실을 여러 차례 들락날락 했다. 물세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평소라면 추울 정도로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어주는 곳인데, 그날은 유독 찜통더위였던 것. 반면에 이 더위 때문에 무척 신이 난 사람도 있었다. 지하 1층, 물품 보관소에서 일하는 산만이었다. 더위 때문에 손님이 없어 무척 한가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5층 일식집 주방 막내 병호는 입이 잔뜩 나와 있었다. 5층 식당가 절반이 문을 닫고 퇴근 하는데, 병호네 가게는 정상영업을 하기로 했던 것. 그때, 갑자기 주방장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뛰어! 뛰어! 빨리 나가라니까!”
영문도 모른 채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가던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건물이 흔들리더니, 돌풍이 불면서 세상천지가 암흑으로 바뀌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바로, 대한민국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당시 백화점 안에는 손님과 직원을 포함해 모두 1500여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대형 참사로 기록된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자 502명, 부상자 937명의 끔찍한 피해가 발생했다.
“뚝... 뚝...뚝뚝뚝..”
붕괴 하루 전날 밤, 백화점을 둘러보던 경비원은 건물을 울리는 수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무언가 부러지는 듯 한 기이한 소리였다.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은 5층 식당가. 그곳에서 경비원은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식당가 바닥에 커다란 싱크홀이 발생한 것! 경비원의 긴급보고 후 이어진 경영진의 대응은 충격 그 자체였다. 붕괴 직전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대피시키고 있었다는 그날, 삼풍백화점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단, ‘10초’만에 무너져버린 삼풍백화점. 지상 5층, 지하 4층의 화려한 백화점이 마치 폭격을 맞은 듯 사라져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에 숨겨진 비밀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지상 5층 ~ 지하 4층
백화점이 무너지는 데 걸린 시간은? 10초.
병호 씨가 있던 곳은 비상계단. 바로 앞까지 무너져 간신히 목숨을 구한 병호 씨.
병호 씨와 마찬가지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한 산만 씨.
붕괴 당시 지하 1층 근무, 생존자 이산만 씨
"가는 도중에 뒤에서 무너진 거예요."
"정말 그 순간에 누가 불러서 '네'하고 가는데 뒤에서 무너졌다니까요."
그날 이야기의 남은 한 사람, 지하 1층 주방용품 매장의 지환 씨.
지환 씨는 붕괴된 구조물 더미 속에 갖혔다.
헬리콥터, 굴착기 중장비들은 물론 전국에서 모인 100여대의 구급차.
소방대원, 경찰, 군인 등 4,000여 명의 구조대.
늦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구조를 해야 하지만 현장에 접근 할 수 없다?
2차 붕괴 위험과 중장비가 올라가면 매몰된 생존자들이 더 위험해지기 때문.
그래서 택한 방법은 인명구조 수작업
그 다음날, 무너진 천장에 깔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16시간을 버틴 생존자 구조 성공.
그러나 엉망진창인 재난구조시스템.
군과 경찰, 소방서는 상황실을 따로 만들고 상황실 간에 정보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질적인 총 지휘본부라고 할 만한 곳이 없다.
상품백화점 붕괴 이후 대형 재난 시스템 구축
사고 발생 후 5일,
희망이 점차 사라지는 생존자 구조는 이젠 시간과의 싸움.
생존자가 위험해질 수 있지만 더 늦었다가는 산 사람도 죽을 수 있으므로 중장비를 투입하기로 결단.
어느덧 사고 발생 10일 째,
바로 다음날 붕괴사고 11일 만에 구조된 생명. 사고 현장은 다시 활기를 찾고 생존자 중심 구조로 바뀌고
붕괴 후 13일,
굴착기 한 대가 한창 이 콘크리트를 파헤치고 있을 때, 다급하게 작업을 멈춘 구조대원들.
시멘트 더미를 손으로 헤집기 시작. 그리고 찾아낸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 그 끝에 있는 지환 씨의 발.
기적 같은 지환 씨의 구조 나흘 뒤,
20세 박승현 양이 무려 17일(377시간 20분) 만에 구조.
하지만 그날 이후 더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소를 띄는 사람들이 있었다.
일명 '악마의 미소',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이 아닌 명품 물건들을 주우러 다닌 사람들
경찰에 붙잡힌 400여 명
비극의 시작
삼풍백화점 이준 회장은 중앙정보부 창설 멤버로 중정에서 나온 후 건설 사업을 시작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 출신의 인맥+정보 총동원으로 초고속 성장한 삼풍건설.
1989년 개점한 삼풍백화점.
삼풍백화점 부지는 백화점을 못 짓는 땅으로 아파트로 되어있던 부지 용도를 변경을 해야 했다.
서울시 용도 변경 허가가 떨어지고 본격적으로 삼풍백화점 건설 공사가 시작됐다.
건축에 가장 기초가 되는 설계도.
상품백화점은 수시로 설계를 변경했다.
기둥 굵기 : 80cm -> 60cm
기둥 속 철근 개수 : 16개 -> 8개
천둥과 기둥을 연결하고 하중을 전달하는 중요 부위인 지판.
이 지판의 두께마저 줄이고, 심지어 지판을 설치하지 않은 곳도 존재.
삼풍백화점에서 가장 심각한 곳은 식당가가 있는 5층.
원래 롤러 스케이트장으로 설계되어 있었으나 불법으로 식당가로 변경.
이때 생기는 문제? 1m² 당 하중이 360kg 이상 증가.
5층에 추가된 하중 = 2,415톤 (봉고차 1대 무게 2t, 1200대 수준)
아파트 쪽으로 있던 냉각탑을 민원이 들어와 도로 방향으로 옮기기로 결정.
일반적인 방법은 크레인으로 냉각탑을 들어 옮기는 것인데, 삼풍이 선택한 방법은 냉각탑을 롤러에 올려 끌어서 이동.
옥상의 냉각탑 무게 137t
137t 냉각탑을 옥상에서 굴린 결과, 건물 전체에 균열 시작.
허가 없이 불법 건축을 어떻게 했나?
인, 허가를 담당하는 말단 공무원부터 구청장까지 수시로 뇌물 전달.
뇌물로 가능해진 불법 용도 변경.
그렇게 1989년 12월 01일 삼풍백화점 오픈.
개점 이후 승승장구하여 3년 후 1992년 매출 937억 원.
개점 이후에도 계속된 불법 인테리어 공사.
'매장증가 = 돈'이라는 이유로 내부 확장하며 벽들을 허물었다.
붕괴 하루 전, 한밤중 경비원이 순찰을 도는데 식당 바닥에 싱크홀(폭 1m 깊이 20cm) 발견.
다음날(붕괴 당일 오전 8시) 보고.
옥상 바닥에 일어난 펀칭 현상. 붕괴를 알리는 징조.
편칭 현상 : 바닥과 기둥이 분리되면서 바닥이 가라앉고 기둥이 바닥을 뚫고 올라올 때 생기는 현상
경영진에게 긴급보고를 한 시설보수팀.
경영진은 현장 파악 후 긴급지시를 내렸다.
"절대로 기자나 고객들에게 알려지면 안됩니다. 보안 유지 철저히 하세요!"
이때 영업을 중지하고 점검을 했다면, 천 명 이상의 사상자는 없었을 것.
붕괴 6시간 전,
5층 식당가는 난리통이다. 주방 기구가 쓰러지고 천장에서 물이 새는 상황. 그리고 어긋난 에스컬레이터.
붕괴 4시간 전,
이준 회장이 도착하고 긴급 임원 회의를 소집했다.
회의 안건 '문을 닫을 것이냐 vs 영업을 할 것이냐'
그 결과는? 오늘 영업이 다 끝나고 밤부터 보수공사를 하자.
이유는? 붕괴 위험이 알려지면 당연히 줄어들 손님
붕괴 30분 전,
회의실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5층 식당가에서 텅 하는 소리가 들린다", "오전보다 소리가 커진 것 같다" 다급한 목소리.
그러나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오후 5시 57분,
5층 식당가에서 붕괴가 시작. 건물이 주저 앉았다.
여러 차례의 골든 타임이 있었으나 모두 놓친 것.
삼풍백화점 소유주 이준 회장
"(백화점이) 무너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손님들에게 피해도 가지만 우리 회사의 재산도 망가지는 거야."
'손님의 생명 = 재산 손실' ?
이준 회장 - 징역 7년 6개월 선고
이준 회장 아들 이한상 사장 - 징역 7년 선고
지하 1층에서 근무하시던 생존자 이산만 씨의 인터뷰 내용
"참사는 사람을 가려서 오지 않아요."
"오늘 아침에 손 흔들고 나간 내 아이가 당할 수 있는 일이고, 저녁에 돌아오기로 한 남편이 당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부모님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에요."
"저도 제가 겪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날'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